19990313
항상 웃는 얼굴로 나를 대하던 00이가 술에 무지 취해 있습니다.
전 00이랑 J에게 춤추러 나가자고 둘의 손을 잡아당깁니다.
00이랑
J는 한사코 나가기가 싫답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고 00이를
일으켜 세웁니다.
결국 못 이긴척 무대로 가는 00이...
저에게
"대신에 같이 춰야해요!"라는 말을 여러 번 합니다.
저는
그러마 했습니다.
00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춤을 춥니다.
하지만 00이는 춤을 추는 게 아니라 울고 있었습니다.
온몸으로
말입니다.
구석자리에 둘이서 앉았습니다.
몇마디 하던 00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립니다.
왜 울까요?
제가 뭔가 크게 잘못한 모양입니다.
00이는 울음 속에 저에게 맺힌 아픔을 토해냅니다.
저는 순간 비디오의 일시정지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듯 멍해지고 맙니다.
이건 분명 오해입니다.
00이는 오해 속에 울고 있습니다.
저는 여전히 멍해
있습니다.
저는 00이를 데리고 가게를 나옵니다.
그리고 계단에
나란히 앉습니다.
저는 00이를 열심히 진정시킵니다.
오해를
차근차근 풀어 보려 합니다.
하지만 잘 되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00이는 여전히 울고 있으니까요.
아까서부터 제 자신이 자꾸 싫어집니다.
저는 멍청한데다가
나쁜 놈입니다.
아주 나쁜 놈입니다.
세상에나 귀여운 00이가
저 때문에 울고 있다니까요!
겨우겨우 달래서 거리로 나옵니다.
00이를 데리고 거리를 무작정 걸었습니다.
정말 들어갈 만한 곳이
없습디다.
왜냐면 00이는 여전히 울고 있으니까요.
이게 꿈이 아니라 어제 일어난 현실이었습니다.
00이는
저보고 잘 생기고 착하다고 했습니다.
세상에 잘생기고 착한 사람을
구경도 못해 본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의 객관적인 아니 다분히
주관적인 눈으로 보기에 00이는 아주
이쁩니다.
그머냐 '샤~압'의
노래 부르는 애랑도 닮은 거 같기도 하고...
하튼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