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춘기

김 상 진

그녀가 부럽다

아무 할 말도 없으면서...

아프다

<이방인>

외롭지만혼자걸을수있어 (..거짓말..)

<나는 사춘기>

2002 / binson record

제목: [2000/06/14] 그녀가 부럽다. #up
언젠가부터 나는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하다. 그런 공허한 느낌이 시간시간 나를 엄습해오고 나의 상실감은 곧 무기력이 되어 날 짓누른다. 난 항상 아무 힘없이 빌빌대는 외소한 깜장붕어..

하지만 난 울지 않는다. 아니 울 수 없다. 우는 법을 잊어버렸거나 내가 흘릴 수 있는 눈물을 이미 다 흘려버렸지 싶다. 솔직히 이파마씨가 부러웠다. 당연한 일이지만 자기가 정말 아끼는 무언가를 잃어버렸을때 울 수 있다는 게, 그리고 잃어버린 물건(울어야 할 대상)이 확실하다는 게 너무 부러웠다.

정말 한번 실컷 울고 싶다. 그리고는 마치 꿈에서 깨듯이 밝은 아침을 맞이 하며 활짝 웃어보고 싶다. 오늘은 정말 이파마씨가 부럽다

제목: [2000/07/30] 아무 할 말도 없으면서... #up
솔직히 나의 공허한 영혼은 이런 식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것은 무작정 며칠동안 끙끙댄다고 해서는 절대로 끝을 볼 수 없는 내 평생의 업보다. 나의 젊은 날은 이렇게 흘러가고 남들과 다르기만한(그렇다고 독특하거나 특별하다고도 할 수 없고 다분히 이상하기만한) 나의 고민들은 또다시 갈 곳을 잃는다.

정말 지금 이대로라도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김광석의 노래가사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하고 끊임없이 체념해가는 것일테니..

더 이상은 내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 물론 나역시 그들을 떠나야만 하는 유한한 존재이기도 하기에... 가끔 하나님의 세상이란 참으로 잔인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진심이 없는 삶이란... 난 더 이상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자주 울게 되는가보다.
하지만 그런 눈물 마저도 무책임한 것이기에, 그런 눈물이 마를 쯤에도 난 여전히 공허할 뿐이다.

제목: [2000/08/12] 아프다. #up
어제서부터 많이 아프다. 점심때 먹은 국수가 체했다.

죽을 먹었은데 정말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그것 마저도 다시 배가 아플까봐 겁이 나서 좀체 먹지를 못했다. 지금도 배가 고프지만 뭘 먹으려니 너무 두렵다.
먹는다는 것이 겁난다. 지금 같아서는 정말 앞으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것 같다.

하긴 항상 그런 식이었으니, 언젠가는 이별해야만 하는 것이 두려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것자체를 두려워하고만 있으니 원..
나에게는 스토커같았던 장애인 이재숙씨가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들 한다. 좀더 잘해줄 것을... 나는 재숙씨가 늘 곁에 있을 것으로 착각했나보다.

사는 것은 가끔 아픔을 겪어야 하는 일...
사는 것은 항상 이별하는 일...
사는 것은 그런 아픔과 이별에 익숙해져야 하는 일...

제목: [2000/09/20] <이방인> #up
<이 방 인> 전람회

쉴 곳을 찾아서 결국 또 난 여기까지 왔지.
내 몸 하나 가눌 수도 없는 벌거벗은 마음과 가난한 모습으로
네 삶의 의미는 나이기에 보내는 거라며 그 언젠가 내 꿈을 찾을 땐
그때 다시 돌아올 날 믿겠다 했지. 수많은 세월 헤메이다가
세상 끝에서 지쳐 쓰러져도 후회는 없을거라고
너에게 말했지. 뒤돌아 보며...
수많은 세월 헤메이다가 험한 세상 끝에서 숨이 끊어질 때
그제야 나는 알게 될지 몰라.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의 머물 곳은 너였음을

어렸을 적(아마 열아홉이나 스무즈음...)에 왜그렇게도 이 노래를 많이 읊조렸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때도 그만한 삶의 무게를 어께 가득 지니기나 한양 그렇게 이 노래를 속으로 나직히 불렀던 기억이 난다. 하하..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듯한 그 시간을 난 왜그렇게도 힘겨워 했었나.. 결국 나에게 가장 힘이 든 건 현재가 아닌가.. 또 조금 자라면 지금의 모습이 더욱 우습지 않겠는가.. 하하.. 인생이란..

결국 내가 고민하는 건 나의 존재..
언젠가 변경아에게 이런 문자메세지를 보낸 적이 있다.
"내가 이겨야하는 적이 누군지도 모른체 싸워야 하는게 너무 힘들다."

하지만 결국에 내가 싸워 이겨야할 적은 바로 나자신이었다.
그것을 알기까지가 너무 힘들었고.. 지금은 막상 적을 알았으나 대처할 방법을 알지 못해 힘들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더니 정작 문제의 해법은 내안에 있을 듯하다.. 허나 아직 어려서인지 '수많은 세월 헤메이다가 험한 세상 끝에서 숨이 끊어질 때'서야 깨닫게 되지는 않을런지..

여전히 나는 '내 몸 하나 가눌 수도 없는 벌거벗은 마음과 가난한 모습으로' 살아가기만 한다.

제목: [2000/10/16] 외롭지만혼자걸을수있어 (..거짓말..) #up
"차가운 바람 불어 가녀린 어껠 스쳐 가면
떨치려 애를 써도 시린 가슴 언제나 겨울"
-언제나겨울, 봄여름가울겨울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고, 오늘도 피곤한 체로 혼자다.
어쩔수 없는 발걸음은 연어의 귀환처럼 다시금 내달리고,
거기쯤에서도 여전히 외로움에 엉뚱한 긴장감도 멀어지고 말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으나, 오히려 모두들 나를 힐책하고
나는 이미 그들의 손에 감추인 채찍을 뚜렷이 볼수 있는 나이에 가까워졌음을..
무자비하게 내몰린 나의 작기만한 어께죽지는 비굴한 타협보다 더 초라하게 늘어지고,
내일이 온다는 사실이 못내 두렵기만 한듯 피곤함에 지친 두손은 애써 시간을 잡으려 애처러운 안간힘을 쓰나마..
어차피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뜰 것이므로
나에게는 여전히 절망적이기만할 희망, 내일에 다시 속아주는 척 기대를 건다..
아니 그렇게 최면이라도 걸다..

돌고 돌아가는 인생길이라 했던가,
언젠가처럼 그자리에서 머뭇머뭇
다시금 헛된 것에 기웃기웃
또다시 無이기만한 추억에 사뭇사뭇
지금 내게 필요한건 진실한 이웃이웃

생일은 끝나고,
파티가 끝나버린 썰렁함처럼..
나의 내일과 또 그다음의 내일은 계속 될테지..

제목: [2000/11/12] 이해와 기대 #up
기도를 하는데 두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였다.
좁은 어께에 애처러운 영혼..
아무 힘이 없지만 눈을 감고 "주께 가오니"를 불렀다.

이제 이해가 간다.
일에 찌들린다는 것,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말이 괜한 변명이 아니란 것도...
이제야 이해가 간다.
사는 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경험을 통해 비로소 고개를 끄덕여가는 작업!!

나의 좁은 어께가 피곤으로 더욱 휑하니 좁아보임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음에도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음을 인정하고서야..
다시 나의 기도가 간절해질까 하는 기대..

제목: [2000/11/27] 고슴도치의 변명... #up
상처주기와 상처받기

전혀 나쁜 의도가 없는 말에 k씨는 상처를 받았다.
농담인 냥 나의 혀끝은 부드럽게 돌아갔건만
k씨가 보았던 나의 혀는 '그이'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하는
새파란 날이 선 날카로운 세포덩어리였다.
오늘은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훈련소"에서 배웠듯이 적당한 긴장은 정말 필요하다.
사고란 이렇듯 불현듯 찾아오는 법이니까.

나역시 그런 식의 생각없이 던져진 돌에 맞아서 쓰러져 봤으므로
그순간 k씨가 어쩔줄 몰라하던 표정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쩌면 그런 k씨의 모습에 내가 k씨보다 더 가슴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과묵하다.
나의 혀로 마음 아파할 사람들의 고개숙인 실루엣은 도저히 볼 자신이 없어서..

진심은 다른 곳에 있다해도,
그런 진심을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기만한 우리의 삶!!

제목: [2001/05/16] 멸滅 #up
(1) 2001년 5월 16일 0시반, 이제는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버릇처럼 리모컨 대신 브라운관 밑 전원버튼을 누르다. 그렇게 꺼지는 찰나, 모든 것이 담긴 것같던 TV가 허무하게 꺼지듯 나역시 어느순간 멸(滅)해버리고 말리라는 서슬퍼런 단상이여..

길 이상은 #up

앞만 보고 달렸지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어디론가 이어진 길을 따라서
외로우면 하늘과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세상에 던져진 나를 잊었네
무얼 위해 뛰어가는가 나에게 묻지 말아줘
길을 잃은지 오래인걸
무얼 향해 날아가는가 새들에게 묻지 않듯
아무도 아무 말도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름 모래의 사막이나
달마저 뜨지 않는 황야일까 음
외로우면 하늘과 스쳐가는 풍경을 보며
세상에 던져진 나를 잊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