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의 아Q랄까, 파이란의 강재랄까
나에게 서민 상을 떠올리라 하면 아마 많은 부분 당신과 닮은 상을 떠올렸을 게다.
당신의 생김새는, 그 삶은 마치 소주 같다.
두 병쯤 취해 별일 아닌 데도 웃는 당신의 미소에 어머님과 형제라는 삶의 무게가 주름져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그 사소하던 미소에도, 종종 보이던 박장대소에도 소시민의 애환과 나그네의 방랑벽이 묻어, 쓸쓸함의 그늘을 기여이 내 눈에 들키고야 말았다.
형님과 내게는 가까이서 삼촌같았던 당신.
아버지의 진심과 따뜻한 격려로 다시금 제대로 살아보겠다 다짐했다던 당신.
사랑이었을 지도 모를, 열 살도 넘게 차이나는 중국에서온 조선족 아주머님을 무정하게 떠난 당신.
형님을 마지막으로 보낸 D병원 영안실.
그 곳에서 당신 역시 애처러운 미소의 한 장 사진으로 방 안을 채운다.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시는 어머니를 달래며, 무거운 표정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표정도 없이, 어떤 생각도 없이 가만히 그 곳을 지키다가, 안주를 나르고 상을 치우다가...
우리는 오늘도 죽음을 향해 하루를 더 써 버렸다.
나도 죽을 테고, 당신 역시 죽어간다.
그리고 다만 무엇을 바라나?!
그것이 내가 원하던, 당신이 바라던 삶인가.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
정을 준다는 것. 교감을 한다는 것.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이별이라...
2002.11.16
영길이아저씨가 죽은 날 밤.
상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