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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고사, 그리고 생각

어제는 총회라고 해서 오랜 만에 학교를 찾았습니다. 201에 들어서는데 와~ 학우분들이 무지하게 많더군요. 이런 분위기는 좀처럼 보기드문 일인데.. 하여간 우리 회장님 이하 집행부에서의 수고와 열정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열렸던 고사를 보며 약간 씁쓸해지더군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복지를 하고 싶었고, 그 동기가 예수의 삶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앞으로의 제 삶 역시 예수의 삶을 모델 & 기반으로 한 사회복지로 치달을 것같습니다. 앞으로 3년이나 더 다닐 우리과는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공간입니다.

3월초 개강총회를 하며 올 한해 우리 과가 잘되기를 바라는 건 우리 사복인 모두에게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런 좋은 의도를 고사라는 의식을 통해 극대화하려 했던 집행부의 의도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구요.. 저 역시 휴학생이나마 (어제들은 바로는 준회원이라고도 하던데..) 우리과의 발전과 안녕을 여러분과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는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고사라는 의식을 공식상에서 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의 고사의 목적은 우리과가 일년동안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빌었던 대상은 누구였나요?? 단순히 우리의 전통으로서, 혹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의식으로서 고사를 했다는 건 좀 우습지 않습니까.. 고사는 다분히 종교적인 일입니다. 하나의 제사고 제사라는 건 누군가 대상이 있다는 걸 의미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제사의 대상은 제사를 올리는 사람들의 신앙을 입고 있다는 것, 즉 신앙의 대상인 거죠.. 그럼 어제 고사에 참가한 사람들과 우리 학우들은 고사상을 향해 그런 믿음(우리과를 1년동안 잘 지켜주실거야)을 가지고 있었나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아무 대상없이 의식으로서만 고사를 지낸 건가요?? 그럼 우리 과가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는 고사의 취지는 하늘로 사라진 건가요?? 물론 저도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의식을 통해 우리 학우들 내에서라도 우리과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런 학우 내에 이런 대동의 정신을 이루기 위해 고사가 기획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예수를 믿는 사람입니다. 1999년 당시 과에 처음 신우회를 조직했고 그때부터 우리 신우회에서는 과를 위해 기도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이라는 인격적이고 분명한 대상에게 우리의 믿음을 걸고 우리과를 위해 기도해왔습니다. 비록 숫자상으로는 작고 미약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기도에 분명한 믿음을 심어 과를 위해 기도해온 것입니다. 올해도 우리과가 든든히 서기를 기도하고 또 학생회장님 이하 우리 집행부들이 지혜롭게 일을 추진할 수 있게 기도합니다.

그저 과가 잘되기를 바란다는 우리의 공통된 생각만으로 고사상을 대하기에는 고사는 다분히 종교적인 행위입니다. 그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과 사람들이 모두 크리스찬도 아니고 정말 모든 사람이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하나님이 받지 않으시는 헛예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동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아무 대상도 없이 헛되이 드려지는 고사보다는 종교적인 색채가 없는 다른 프로그램이 좋았을 것 같다는 말씀입니다.

이 글을 쓰며, 혹 예수믿는 사람은 너무 편협해내지 휴학생이면서 별걸 다 갖고 그래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과 지성을 가진 젊은이로서 어떤 일이든지 분명한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생각없이 그저 하던대로 하는 건 정말 아니잖아요.. 그리고 휴학생이지만 저는 우리과를 정말 아끼고 사랑합니다. 너무 소중한 공간이고 너무 소중한 사복인들입니다.. 그런 마음에서 썼거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주관적이고 정리되지 못한 글을 너무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뭐래도 저는 계속해서 우리 회장님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고 또 우리 회장님을 위해 과를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힘내시고, 혹 힘드신 일있으시면 기도부탁 하셔도 좋구요.. 다들 2001년 새학기도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98학번 김 상 진

 -2001년 3월 9일 우리과 카페(사회복지연구 cafe.daum.net/knuwelfare/)에 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