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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력 기르기

  샬롬! 어느덧 2월의 달력을 떼어버리고 봄의 시작인 3월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날씨도 제법 따뜻해지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보니 이제 봄이 오나 봅니다. 새봄과 함께 대학생 청년들은 새학기를 맞이하고 특히나 우리 새내기들은 처음 대학생활을 하게 되는군요. 하하. 저도 한때(?)는 대학에 다녔던 사람으로서 저의 예전 대학생활을 우리 청년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기독인들이 대학에 올라오면 쉽사리 넘어지고 맙니다. 그것은 기독인으로서의 자기 모습과 대학생으로서의 자기 모습 사이에서 오는 거리감 때문이죠. 그래서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어정쩡한 체로, 혹은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대학생활을 하게 되죠. 매년 신입생이 들어오고 그들 역시 똑같은 고민으로 방황하게 되는 것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나 기독인은 외롭고 소극적인 모습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였습니다."
위의 글은 저희과 신우회 홈페이지의 신우회 소개란에서 따온 내용입니다. 위의 글을 제가 썼었습니다. 작년 1학기부터 저희과에 신우회가 모이기 시작했는데요, 과신우회를 만든 주축이 바로 저였습니다. 하하, 제가 지금 저 잘났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구요. 신입생때 제가 바로 외롭고 소극적인 크리스찬-대학생이었거든요. 그러던 제가 2학년때는 과신우회까지 조직하는 놀라운 번식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대학에서 가장 크게 부딪힌 것이 바로 술문제였습니다. 신입생환영회, 선배들과의 대면식 때 내가 술을 마실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학기초 나의 고민은 온통 거기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신입생환영회는 아예 가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지만 대면식은 안가면 선배들이 가만히 안놔둔다고 해서 잔뜩 긴장하고 참석해서 결국 처음 술을 마셨었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나의 신앙이 모두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지는구나. 그후에도 몇차례 술을 마셨고 한번은 이성을 잃을 때까지 마신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도저히 나를 용납할 수 없더군요. 내가 너무도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렇게 두달간 교회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있으면서 내가 예수를 믿는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너무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학교를 휴학하고 차라리 어느 시골의 복지시설 같은데나 들어가서 한두달 있고 싶은 생각이 정말 간절했습니다.
  끊임없는 고민과 방황 속에서도 제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속에서 나의 믿음과 역할을 조금씩 조금씩 바로 세워 나갔기 때문이었습니다. 교회에 대해, 거룩함에 대해 저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들은 말처럼 교회라는 말은 단순히 예배당과 같은 건물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주일마다 오게 되는 교회만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믿는 사람의 모임과 친교가 바로 교회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대학도 하나의 교회일 수 있습니다. 그곳에도 믿음의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며 우리는 그들과 만나서 어울리고 함께 교제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교회인 것입니다. 이 말은 바로 학교에서의 생활 역시 우리에게는 믿음의 생활이요 영적인 생활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크리스찬으로서의 나와 대학생으로서의 내가 전혀 별개가 아님을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디에 있던지 간에 우리의 삶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즐김과 누림의 대상인 것입니다. 위에서 술 이야기를 하였는데 이 이야기가 비단 술 문제만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삶의 공간에서 크리스찬으로서 겪게 되는 수많은 갈등과 고민 속에 우리는 얼마든지 자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천지창조 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누리고 즐기는 대상인 것입니다. 저는 새롭게 신앙을 세운 후에도 과에서 하는 술자리에 자주 참석했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저는 떳떳하게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그곳의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제하였습니다. 제 마음도 무지 편했고 더 많은 사람과 친해질 수 있었으며 과사람들도 이런 저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평가나 반응이 아니라 내 마음의 중심인 것입니다. 나는 술자리 또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자유함으로 즐기고 누린 것입니다. 다시금 말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우리는 소극적이거나 외로울 필요가 없고, 어느 곳도 우리에게는 하나님이 친히 허락하신 공간이기에 도피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듯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위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 속에서의 교회를 통해서 였습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와의 연결을 통해 처음으로 믿음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믿음 생활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경북대연합신우회]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학 속에서 나의 역할을 발견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후에 하나님은 이런 저를 통해서 우리과 사람들에게 과-교회의 회복을 이루셨습니다. 비록 작은 모임이었지만 신우회를 통해 몇몇의 후배들이 보다 적극적인 믿음을 가지게 하는 동기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어디에 있던지 그 곳에서 교회, 즉 믿음의 공동체를 이루기를 기도드립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시며 당신을 위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사영리(CCC 전도용소책자)에 나오는 첫 번째 구절처럼 하나님은 우리 각자를 위해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당신의 열심으로 이 일들을 성취해 가십니다. 당신이 힘들어하는 지금도 하나님은 계속해서 당신을 통한 계획을 진행시키고 계십니다. 당신이 힘겹게 서 있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주신 삶을 그저 누리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000년 3월 청년회소식지[겨자씨]에 기고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