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어린이집이야기

NAME    진주
TITLE    칼퇴근

퇴근 시간에 정확히 퇴근하는 칼퇴근
나는 그 '칼퇴근'이 낯설다.
제 시간에 어린이집을 나선 것이 손에 꼽힌다. 열 손가락에도 채 안꼽히지만..

그것은 내가 다른 선생님들보다 일을 더 하느라 그런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어린이집이 바빠서도 아니고
늦장을 부려서도 아니다.

첫번째 이유는 퇴근하고 쉬는 곳이 어린이집,
출근하기 전에 머무르는 곳이 어린이집
다름아닌 어린이집이 내 일터이자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출퇴근이 걸렸다.
지금은 대전에 계시는 부모님이 인천에 계실 때였는데
거리로는 30분이면 될 가까운 거리인데,
불편한 교통 때문에 1시간 30분에서 두시간,
걷고 갈아타는 시간을 포함해서 말이다.

한번에 오고 가는 차만 있어도 좋으련만,
지하철을 타러 가기 위해 걷고 갈아타기 위해 걷고
내려서 걷는 시간만 30분이상 소요되니
내 아무리 체력이 되고 다리가 튼튼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린이집 근처에 집을 얻자니, 혼자 지내는 것 때문에 더 걱정하신다.
생활비 또한 만만치 않겠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면 어떻겠냐는 것,
실은 복지순례 다녔던 경험을 비추어 쉽게 제안할 수 있었다.
복지순례 경험에서 나는 먹고 자고 씻는 것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걸 배웠으니까 말이다.
물론 지금은 복지순례와 일상생활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 불평하고 불편할 것보다 실은 감사하고 편할 것이 더 많긴 하다.
어떤 날은 그것이 힘들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지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은 괜찮다.

바램은 칼퇴근이 아니어도 좋고
집으로 가는게 아니어도 좋은데
다른 선생님들 퇴근할때 나도 퇴근하고 싶다는 거지.

그런데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늦게가는 아이가 있어서다.
이것이 내가 칼퇴근이 어려운 두 번째 이유이다.
7시 넘어서 가는 아이가 있는데 어떤 날은 8시도 넘고
가끔이지만 9시가 넘어서 갈 때도 있다.

어제만 해도 그렇지
참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정해지지 않은 내 퇴근시간에 취소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늘!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버렸다.
내가, 내가, 칼퇴근을 했다.
어제 이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하다가 이내 머리를 흔들어 생각을 지운다.
어제일도 감사, 오늘일도 감사.
칼퇴근한 기념으로 글도 남긴다.^^

단순한 이진주








우리반 아이들 [35]
2005년 8월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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